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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1/01 17:30:55
Name 니드호그
Subject [정치] 대한민국에서, OO할 권리
원래는 정치와는 상관 없는 글로 생각했던 뻘글이긴 한데, 요 한 달 사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뭔가 연관 된 듯한 일이 연달아 일어난 탓에, 정치글로 분류했습니다.

한 달 전쯤 인터넷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본 글이 있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아프리카의 독재자'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뭐? 그런게 가능한가? 독재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리가 있나?'
라고 생각하면서 클릭한 결과 나온 내용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한다. 그러나 표현 이후의 자유는 보장해줄 수 없다.

세상에 이게 뭔 소리야….

처음 봤을 땐 그냥 웃기지도 않은 헛소리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며칠 정도 지나고 나서 문득, 이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OO의 경우, 법에서는 처벌하는 규정은 있지만, 금지하는 규정이 있던가? 라고 생각하면서 나무 위키의 OO항목을 찾아봤습니다.
XX 혹은 징역 △△년에 처한다, 벌금에 처한다 등등 처벌하는 규정은 있었지만, 'OO를 금지한다'는 식의 규정은 없더군요.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OO의 자유는 보장한다. 그러나 OO 이후의 자유는 보장해줄 수 없다.

결국 제 머릿속에서는 이런 결론이 나오더군요.
아니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라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주관적인 판단, 양식, 상식, 고정관념, 편견에 의한 오류가 발생하지 없도록 법 조항의 문자만 집중해서 살펴보고, 그 결과 저 결론엔 오류가 없는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범죄로 분류되는 행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라서, 일단 제가 찾아본 걸로는 이름 자체에 '금지'가 들어가는 청탁금지법이 있더군요. 이 법의 경우는 ~해야 한다, ~해서는 안된다 하는 식의 규정이 많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다른 나라의 법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검색해봤습니다. 한국 법의 경우 나무위키라는 편리한 물건이 있지만 외국 법에 대해선 딱히 그런 게 없어서 위키피디아는 있지만, 나무위키처럼 관련 법령이 적혀있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보니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 법 조항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쪽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OO을 행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은 있었지만, OO를 금지하는 규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이건 대한민국 법이 이상해서 금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어서 일부러 금지하지 않는 건가 싶었습니다. 한번 이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니, 그쪽 방향으로 계속 생각이 꼬리를 잇더군요. 공무원의 부정청탁은 발생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OO는 꼭 그런 건 아니어서 법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는 건가? 라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한 결과, 이른바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서 처벌은 하되, 금지하지는 않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게 법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바로, 법의 빈틈을 이용하고 법을 악용하는 경우에 대비한 최후의 수단이 아닐까 하는 거였습니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요즘 세상사를 보면, 일반적인 상식대로 생각한다면 분명히 잘못한 건데, 법적으로 따지면 난 잘못한거 없어! 법대로 하자고 법대로! 라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요.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한 이유로, '금지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심슨이었나 사우스파크였나, '법은 당신을 처벌하지만,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라는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뒤에 말을 더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법은 당신을 처벌하지만,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막지도 않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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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면서 킬킬 거렸던 짤인데, TRPG 게임에서 숙련된 마스터를 상대로 규칙을 악용하는 룰치킨 짓을 하면 안되는 이유라는 글에서 봤던 짤입니다. 룰을 악용하는 짓은 너만 할 수 있을 것 같냐? 라는 전개지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건 현실에서도 그대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A: 법대로 해 법대로!
B: OK. 그런데 내가 널 이 자리에서 OO하는거,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는 건 알지?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사실 들키지 않으면 장땡이란 말이 옛날부터 널리 퍼져서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니, 어쩌면 다들 머리로는 몰랐을 지도 모르지만 가슴으로는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권리가 있으니까 했다고? 오냐 알았다. 누군 권리가 없을 것 같냐?"

은하영웅전설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지요.
"정치의 부패란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부패일 뿐이다. 정치가가 뇌물을 받아도 이를 비판할 수 없는 상태를 바로 정치의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해보면 이렇게 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의 범죄는 불법이나 위법이 아니다. 선과 악 어느 쪽을 행할지는 그 개인의 자유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법에 있음에도 그 처벌을 집행하지 않는 사회야 말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쓰고 보니 왠지 종교적인 느낌도 나는 말이 되었군요.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PGR에도 글을 올리려고 한게 한 달 전 쯤인데, 그 며칠 사이에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 논리와 관련된 듯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건 전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사실, 법에서도 OO를 금지하는 조항이 제대로 있는데, 제가 못 찾았을 뿐이었다고 한다면, 순전히 뻘글이 되어버리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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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룰루
25/01/01 17:43
수정 아이콘
간통죄에 대해 논의할때 많이 보던 논쟁인데요
사안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은 자유를 존중해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동굴곰
25/01/01 17:45
수정 아이콘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그냥 도덕적으로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기에 해서는 안된다라는 조항을 달아놓지 않은게 아닐까요.
니드호그님 의견대로면 살인도 법에 살인하지 말라라고 적혀있지 않기에 합법입니다?
형법 제250조 (살인, 존속살해) ①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manymaster
25/01/01 17:50
수정 아이콘
협의의 형법이나 이 형법과 유사한 법들은 이 글 처럼 되어있는데 다른 법에서 형사 처벌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금지 규정도 같이 있더라고요. PGR이 게임 사이트니까 게임산업법으로 설명드리자면, 게임산업법 32조는 금지하는 행위만 나열하고 있고, 형사 처벌은 44조부터 47조까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포도씨
25/01/01 17:52
수정 아이콘
XX금지라는 조항은 찾기 어렵더라도 XX해야한다는 엄청 많죠. 특히나 인가, 신고, 허가 등등 해보면 이거 지킬수는 있는건가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닉네임을바꾸다
25/01/01 17: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안걸리면 장땡인건 본질적인 한계라...그게 아니면 국가가 아무나 너 죄지었지하고 잡아다 조져도 문제가 없단 소리죠...
25/01/01 18:03
수정 아이콘
살인 절도 강간 사기 내란을 처벌한다는 건 그 행위를 금지한다는 거죠.
살인을 예로 들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고.
내란수괴는 사형 무기 둘 밖에 법정형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과태료 범칙금 민사배상 행정처분 다 해도 안 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형사처벌을 쓰라고 보충성 원칙이 있는 건데. 그런 것치곤 남발되고 있긴 하지요. 아무튼 처벌은 당연히 금지가 내포된 겁니다.
25/01/01 18:26
수정 아이콘
형법총론에 나오는 형법의 규범적 성격 일부 복붙해봅니다.

형법이 일반국민에게 [일정한 행위를 금지] 또는 명령함으로써 행위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는 측면에서는 행위규범, 또한 형법은 [형벌로써 금하는] 무가치한 불법을 [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규범으로서의 성격

(중략) 형법에 의하여 [금하는 일정한 행위]가 가치에 반하고 위법하다는 것을 평가(후략)
유료도로당
25/01/01 18:13
수정 아이콘
형법에서는 대부분 처벌규정이 바로 붙어있지만 일반 행정법에는 금지규정으로 적혀있습니다. (보통 처벌규정은 법 후미에 따로 빠져있죠)
익숙한 도로교통법만 봐도 무면허운전 금지, 음주운전 금지를 포함해 각종 금지가 잔뜩 있습니다. 그에 대한 처벌규정은 따로 있고요.
25/01/01 20:18
수정 아이콘
검찰을 끼면 죄를 저지르고도 벌을 받지 않는 상태가 우리나라의 현재 상태죠.
안군시대
25/01/01 20:27
수정 아이콘
헌법에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들이 나열되어 있고, 그걸 침해할 경우 처벌을 하는 세부조항들이 하위 법령으로 있는거죠.
법 체계라는게 결국은 그런거 같아요, 세부조항으로 이럴때는 이렇게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전부 규정해버리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자유"가 우리 헌법의 기본적인 요소인데, 그걸 침해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다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에 대한 처벌이 있을 뿐이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뭔가 왜곡돼서 이상하게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긴 합니다.
하이퍼나이프
25/01/01 20:46
수정 아이콘
긴가민가한데 pgr의 사례를 들면
초성체는 '금지' 되어 있지만 욕설은 금지되어 있지 않고 다만 벌점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초성체를 쓸 자유는 없지만 시원하게 욕설 날리고 벌점 받을 자유가 있다.
뭐 이런 구분인가요?

아리송하네요 맞는말같기도 하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TheLasid
25/01/01 21:37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생각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특정한 행위 자체를 법적이든 아니든 어떤 식으로든 금지할 수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물론, 금지한다고 말로는 금지할 수 있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가령 제가 지금 키보드를 누르는 행위를 금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를 죽이든가, 전신 마비시키든가, 혼수 상태로 만들든가 해서 능력 자체를 박탈하는 게 아니라면, 행동 자체를 금지할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가령 독재 국가라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이런 방법을 택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근본적인 금지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이 어마무시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해당 행위에 대한 처벌과 경고를 하는 것이 현재 인류 문명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일부 sf 작품에서는 사람의 뇌를 조작해서 특정한 성향을 제거하거나 만들던데, 언젠가는 특정한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manymaster
25/01/01 22:21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떠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라고... 직접 본 건 아닌데 행동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여러 정신적 조처가 나왔다 하더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조처가 회계적으로는 공짜라 가정하더라도 민주 국가에서 할만한 조처는 절대 아니라 생각하네요.
25/01/01 22:25
수정 아이콘
금지 한다고만 해놓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나요?
살인은 금지라고만 해놓으면, 막상 살인이 일어났을때 그럼 어떻게 하죠? 애매한데요.
살인은 처벌 얼마(예를들어 징역 50년) 이런건 그냥 명확하잖아요.
키르히아이스
25/01/02 04:00
수정 아이콘
벌한다는건 행위를 금지한다는걸 포함한다는 의미죠.
사람죽이고 깜빵가면 되지 않냐는 식의 논리를 법정에서 펼치면
판사가 얘는 구제가 안될놈이구나 하고 형량을 올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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