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2/08 14:31:51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열매의 구조 - 겉열매껍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 (그리고 복숭아 씨앗은 일반쓰레기인 이유) (수정됨)
열매란 꽃을 피우는 식물에서 꽃에 있는 씨방이 자라서 만들어진 것으로 씨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암술이 단독으로 자라서 열매가 되는 과일을 단과라고 합니다. 두 개 이상의 암술이 하나의 열매를 이루는 것을 복과라고 하며, 특히 수많은 암술들이 다른 부위에 붙어서 된 열매를 총과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열매는 씨앗과 열매껍질(과피, pericorp)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씨앗은 나중에 싹으로 자라나는 배(embryo), 배의 성장에 필요한 배젖(endosperm), 씨를 둘러싼 씨껍질(종피, seed coat)로 구성됩니다. 이 씨껍질은 열매껍질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한편 열매껍질은 세 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층들을 겉부터 안으로 겉열매껍질(외과피, exocarp), 가운데열매껍질(중과피, mesocarp), 안쪽열매껍질(내과피, endocarp)라고 부릅니다. 다음 그림은 복숭아에서 배, 배젖, 씨껍질, 겉열매껍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여줍니다.

500px-Drupe_fruit_diagram.svg.png?20230426142309

그림을 보시면 우리가 까먹는 껍질이 겉열매껍질, 먹는 과육이 가운데열매껍질, 흔히 씨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가끔 복숭아를 씨째 깨물어먹다 보면 이 안쪽열매껍질이 깨지면서 타원형의 또 다른 작은 씨앗 같은 게 나오는데 이게 진짜 씨입니다. 자두나 살구 같은 핵과들은 복숭아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핵과에서 이 안쪽열매껍질은 목질로 되어 있어서 단단합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핵과류의 씨앗은 일반쓰레기로 버리는데, 나무를 음식물쓰레기로 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감도 복숭아처럼 핵과라서 같은 구조인데 대신 안쪽열매껍질이 얇습니다. 애석하게도 한국어 자료는 꼭 사과의 잘못된 구조와 같이 있고 영어 자료는 없어서 일본어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왼쪽의 カキ는 가키라고 읽는데 이게 감입니다. 오른쪽의 モモ는 모모라고 읽으며 복숭아고요.

3f1869bfb42fc0e57982386d132eeb38.jpg

다른 과일들을 살펴볼까요?

복숭아만큼, 아니면 그보다도 더 크고 단단한 씨앗이 안에 있는 과일로 아보카도가 있습니다. (추가할 수 있게 해주신 잉어킹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아보카도도 핵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FruitBerry.jpeg

실제로는 안쪽열매껍질이 매우 얇아서 장과에 속합니다.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이유는 껍질이 아니라 씨 자체가 매우 단단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대추야자는 겉껍질이 겉열매껍질, 먹는 과육이 가운데열개껍질, 씨를 감싼 얇은 막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아래 그림의 (B)를 봐주세요.

1-s2.0-S2352364616300463-gr1_lrg.jpg

콩은 콩깍지가 열매껍질입니다. 콩깍지가 얇아서 잘 안 보이지만 어쨌거나 콩깍지도 겉열매껍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콩깍지에서는 안쪽열매껍질이 바깥쪽의 a와 안쪽의 b로 나뉘었다가(아래 그림 D) 콩이 다 익으면 안쪽열매껍질 b만 남아서 목질화합니다(아래 그림 E). ex는 겉열매껍질, ms는 가운데열매껍질, enda는 안쪽열매껍질 a, endb는 안쪽열매껍질 b입니다.

agronomy-08-00137-g001-550.jpg

호박은 바깥 껍질이 겉열매껍질, 과육은 가운데열매껍질이고, 씨앗을 감싸고 있는 섬유질 태좌 같은 부분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AnatomyPumpkin.png

오이도 호박처럼 바깥 껍질이 겉열매껍질, 과육은 가운데열매껍질이고 씨앗을 감싸고 있는 부분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멜론, 수박, 참외도 호박, 오이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plants-12-00023-g002-550.jpg

포도는 바깥 껍질이 겉열매껍질, 과육이 가운데열매껍질과 안쪽열매껍질인데, 가운데열매껍질이 더 답니다.

F1.medium.gif

석류는 바깥 껍질이 겉열매껍질, 하얀 속살이 가운데열매껍질이고, 씨를 덮은 종이 같은 껍질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plants-10-02521-g001.png

토마토는 구분이 잘 안 되기는 하는데 어쨌든 바깥 껍질이 겉열매껍질, 과육이 가운데열매껍질, 과육과 씨가 잔뜩 있는 안쪽 사이를 덮는 부분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토마토는 과육 안의 씨 부분도 많이 먹죠.

Transverse-section-of-a-Camone-tomato-The-pericarp-is-composed-by-exocarp-skin.png

얼핏 보면 두 부분으로만 되어 있는 것 같은 바나나도 3중구조입니다. 껍질이 겉열매껍질, 먹는 부분은 가운데열매껍질과 안쪽열매껍질인데, 가장 안쪽의 어스름한 삼각형 셋이 모여 있는 것 같은 부분이 안쪽열매껍질과 퇴화된 씨입니다.

banana-berry.jpg.webp

키위는 껍질, 과육, 흰 속으로 나뉘니까 각각 겉열매겁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일 것 같은데, 과육이 가운데열매껍질이긴 하지만 안의 씨를 둘러싼 부분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흰 부분은 태좌(Placentation)입니다.

3-s2.0-B9780128030660000058-f05-07-9780128030660.jpg

사과는 어떨까요? 사과는 씨방이 아니라 꽃받기가 자라서 열매가 되는 대표적인 헛열매입니다. 사과를 반으로 갈라보면 안쪽에 초록색 줄이 보이는데 여기가 겉열매껍질이고, 그 안쪽은 가운데열매껍질, 그 안쪽의 초록색 줄 부분이 안쪽열매껍질입니다. 우리가 먹는 부분은 대부분 겉열매껍질 바깥의 꽃받기가 자란 부분입니다. 배도 사과와 같은 구조입니다.

800px-Pome_apples_text.jpg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열매들 중에서는 코코넛의 구조가 꽤나 이질적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코코넛의 특이한 구조와 식사방법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코코넛을 사보면 삼중 껍질 구조가 안 보이죠. 실제로는 우리가 먹는 코코넛은 씨만 발라내서 먹는 것라서 그렇습니다. 코코넛은 복숭아 같은 핵과이긴 한데, 가운데열매껍질까지 목질 같은 다공성 섬유질로 되어 있습니다. 핵과에선 보통 과육이 가운데열매껍질인데 코코넛은 아니죠. 우리가 코코넛의 과육이라고 하는 것은 고체 배젖이고, 코코넛 워터는 액체 배젖입니다. 코코넛 젤리는 액체 배젖을 발효해서 만들어지는 젤리고요. 코코넛은 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해변에 닿아서 번식하기 때문에 물에 뜨기 좋게 가운데열매껍질을 저런 다공성 구조로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Different-parts-that-compose-the-coconut-fruit-Photo-Fernando-Cintra.png

어찌보면 코코넛보다도 더 특이한 구조는 바로 귤입니다. 귤, 오렌지, 자몽 같은 귤속 과일들의 구조는 다 같아서, 겉껍질이 겉열매껍질, 껍질에 붙은 하얀 살인 귤백이 가운데열매껍질이고, 먹는 부분은 다른 열매들에서는 주요 과육 부위가 아닌 안쪽열매껍질입니다. 안쪽열매껍질이 크게 자라서 과육이 된 것이지요.

hesper1.jpg


딸기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추가할 수 있게 해주신 구운아몬드님께 감사드립니다)
딸기는 대표적인 총과입니다. 꽃부터가 한 꽃에 수많은 암술이 들어 있는 구조라서, 우리가 먹는 과일 딸기도 이 여러 개의 암술에서 생긴 작은 열매들이 모여서 만들어집니다. 작은 열매들이 어디 있냐고요? 우리가 딸기 씨라고 하는 게 사실은 하나하나의 작은 열매들이에요. 그래서 이 '씨' 하나하나에 열매껍질과 씨 구조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딸기의 과육, 그러니까 먹는 부분은 꽃 전체를 받쳐 주고 있는 기관인 꽃턱이 크게 자라난 것으로, 한 꽃에서 열린 열매들이 꽃턱에 받쳐서서 하나의 딸기가 되는 것입니다.

또 아래 그림에서 achene라고 되어 있는 것은 '수과'라는 열매의 일종으로, 열매껍질이 말라서 목질이나 혁질이 되는 열매입니다. 수과는 익어도 열매껍질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열매 전체가 하나의 씨앗처럼 보입니다. 딸기 외에도 민들레의 홀씨가 사실은 열매껍질을 온전히 갖춘 수과의 예입니다.
sberry1.jpg

지금까지 다양한 과일들의 겉열매껍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설에 과일을 드신다면 한번 갈라보고 구조가 어떤지 살펴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덧붙여서 왜 복숭아 씨앗은 일반쓰레기인지도 기억하실 때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잉어킹
24/02/08 14:43
수정 아이콘
아보카도도 복숭아같은 핵과 일까요?
씨앗은 일단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있습니다.
계층방정
24/02/08 14:53
수정 아이콘
아보카도 씨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쓰레기지만, 씨 자체가 단단해서 그렇지, 씨를 둘러싸고 있는 안쪽열매껍질은 얇아서 핵과가 아니라 장과(베리)입니다. 얘도 추가해야겠네요.
잉어킹
24/02/08 15:30
수정 아이콘
넵 감사합니다.
최종병기캐리어
24/02/08 15:10
수정 아이콘
이걸 다 어떻게 구분했지 덜덜덜...
유리한
24/02/08 15:49
수정 아이콘
씨앗 덕후
계층방정
24/02/08 17:12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논문에서 이런 그림들을 많이 찾을 수 있더라고요.
24/02/08 16:22
수정 아이콘
악마의 열매도 씨앗이 있을까요?
계층방정
24/02/08 17:13
수정 아이콘
당연히 있겠죠? 악마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도 있다고 하니까요.
혹시 인간이 개량해서 씨 없이 꺾꽂이 같은 거로 번식하는 건 아니겠죠...
네모필라
24/02/08 17:23
수정 아이콘
악마의 열매는 악마의 열매 나무가 있는게 아니라 기존 나무의 열매가 악마의 열매로 변화한다고 들은것같네요 흐흐
계층방정
24/02/08 17:38
수정 아이콘
https://namu.wiki/w/%EB%8F%84%EB%A1%B1%EB%8F%84%EB%A1%B1%20%EC%97%B4%EB%A7%A4
얼레 그렇네요... 그러면 씨앗은 원래 나무의 씨앗이려나요.
네모필라
24/02/09 00:15
수정 아이콘
세계관 내에선 일종의 재현 가능한 초자연적 현상같은 취급같으니 씨는 그냥 그 열매의 씨일것같네요. 여러 조각으로 가르면 1초라도 먼저 먹은 사람만 능력을 얻고 나머지는 뭐 없는 것도 그렇고...
Winterspring
24/02/08 16:55
수정 아이콘
추천 후 읽겠습니다
계층방정
24/02/08 17: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24/02/08 20:1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층방정
24/02/09 11:3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애플프리터
24/02/09 01:47
수정 아이콘
자 마지막으로 정자차례일텐데... 변화구를 기대하면서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계층방정
24/02/09 11:44
수정 아이콘
으아악 정자는 저도 잘 몰라서요... 감사합니다
식물 정자라면 꽃가루인데 송화가루 한번 잡숴보시면 어떨까요? (사실 식물의 정자는 대부분 운동성이 없어서 정자가 아닌 정세포라고 하기도 합니다.)
구운아몬드
24/02/09 11:27
수정 아이콘
딸기는 구조가 어떻게되나요?
계층방정
24/02/09 11:54
수정 아이콘
간단히 말하자면 딸기 과육은 꽃 전체를 받쳐주는 꽃턱이고, 흔히 딸기 씨라고 하는 작은 알갱이 하나하나가 암술 하나가 여문 작은 열매입니다. 이것도 추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이킹
24/02/10 16:39
수정 아이콘
식물이 더 일찍 발생해서 그런지 다양성 측면에선 동물보다 더신비로운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동물 분류보다 쉽지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계층방정
24/02/11 08:15
수정 아이콘
저렇게 종류가 다양한데 다들 3중 열매껍질 구조를 어떤 식으로든 갖추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위에 최종병기캐리어님 댓글도 있지만 이런 걸 다 어떻게 찾았을까 식물학자들의 노고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82 [일반] 최근에 읽은 책 정리(만화편)(2) [30] Kaestro9600 24/02/09 9600 8
100881 [일반] 우리는 올바로 인지하고 믿을 수 있을까 [17] 짬뽕순두부9030 24/02/09 9030 11
100879 [일반] 어쩌다보니 쓰는 집 문제 -조합은 왜그래? [40] 네?!8776 24/02/09 8776 5
100876 [일반] 최근에 읽은 책 정리(만화편)(1) [20] Kaestro8478 24/02/09 8478 6
100875 [일반] 제66회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2] 김치찌개7744 24/02/09 7744 1
100873 [일반] 진료기록부 발급 대해 면허 반납을 들고 나온 수의사업계 [42] 맥스훼인11570 24/02/08 11570 11
100872 [일반] 열매의 구조 - 겉열매껍질, 가운데열매껍질, 안쪽열매껍질 (그리고 복숭아 씨앗은 일반쓰레기인 이유) [21] 계층방정8023 24/02/08 8023 13
100871 [일반] 향린이를 위한 향수 기초 가이드 [74] 잉차잉차12673 24/02/08 12673 30
100870 [일반] 누가 금연을 방해하는가? [42] 지그제프9359 24/02/08 9359 4
100869 [일반] 회사에서 설사를 지렸습니다 [145] 앗흥14125 24/02/08 14125 203
100868 [일반] 전 평범한 의사입니다. [43] Grundia13757 24/02/08 13757 74
100865 [일반] 레드벨벳의 '칠 킬' 커버 댄스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 [10] 메존일각6832 24/02/07 6832 4
100864 [일반] 집에 SBS 세상에 이런일이 팀 촬영 온 썰+잡다한 근황 [19] SAS Tony Parker 12442 24/02/07 12442 11
100861 [일반] 원자단위까지 접근했다는 반도체 발전방향 [53] 어강됴리13488 24/02/06 13488 4
100860 [일반] [역사]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 화학의 역사① [26] Fig.17583 24/02/06 7583 13
100857 [일반] 찰스 3세 국왕, 암 발견으로 공식 일정 중단 [57] 닭강정14034 24/02/06 14034 0
100856 [일반] 구축 다세대 주택이 터진 사례 [74] 네?!16131 24/02/05 16131 6
100854 [일반] 강남 20대 유명 DJ 만취녀... 벤츠로 오토바이 들이받아 라이더 사망 [115] 프로구217967 24/02/05 17967 7
100852 [일반] 역대 그래미 어워드 헤비메탈 퍼포먼스 부문 수상곡들 모음(스압주의) [25] 요하네즈9048 24/02/05 9048 6
100850 [일반] 우리집 미국놈 자폐맨 이야기 [44] Qrebirth14633 24/02/05 14633 171
100849 [일반] 전세사기가 터지는 무자본 갭투자의 유형 중 하나 [34] 네?!11842 24/02/05 11842 10
100848 [일반] 자폐스펙트럼 아이는 왜 바지를 내릴까 [332] 프로구222936 24/02/04 22936 48
100847 [일반] 사람은 과연 베이즈 정리에 따라 살아가는가 [12] 계층방정8902 24/02/04 8902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