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마지막 글을 쓴 뒤로 한달 동안 블로그를 방치하였다. 블로그를 방치한 12월은 정신없었던 한달이었다.
먼저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째는 생성형 AI. 10월부터 관련 내용으로 조금씩 리서치 업무를 하다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담당을 하게 되었다. 과연 현재 시점의 생성형 AI가 얼마나 우리 개발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자료 조사를 하면서 흐름을 읽고 인사이트를 찾고, 여러 R&D를 진행해보며 답을 찾는 시기였다. 지금 단계에서 꺼낼 수 있는 말은 현재 R&D 진행 중에 있는 생성형 AI는 개발 관점에서 매우 진보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여러 좋은 점 하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것 뿐만 아닌, 관련 담당자들과 깊이 있는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의 관점을 달리하게 되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찾으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한 단계 높이는 기회가 만들어진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회사는 (아직 바쁜 시기가 아니다보니) 이러한 유사한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사업에서 개발을 지원하는 형식이지만, 개발이 바쁜 시기다보니 적용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주도적으로 R&D를 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두번째는 역시 사람들. 업무적으로 좋아서. 그간 여러 회사들을 거쳐왔지만, 업무 과정의 피드백에 대해 즉시 서로 공유할 수 있었던 곳은 없었다. 아직 본격적인 바쁨의 시기가 찾아오지 않아 이러한 여유를 향유하는 시간이지만, 각자의 작업물에 대해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 없이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었는지,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 남자 3명으로만 이루어진 팀이지만, 에버랜드로 워크샵도 가고 이쁜 카페에서 근무도 하는 등 다른 팀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하나씩 해보면서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과정도 우리만의 차별화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팀 리드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이 단번에 고쳐지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계속 상기하며 업무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지.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팀과 좋은 업무와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자,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봐야지. 가득했던 희노애락.
첫째는 "희". 회사에서 퇴근하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다른 것에 신경을 쓰기 싫을 정도로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다. 내 생일이었던 11월보다 아이의 생일이었던 12월이 더욱 기뻤다. 아마도 생일 축하 노래를 수십번 불렀을 것이라 생각한다. 와이프와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했다. 2023년에도 일하느라 아이보느라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내년에는 더더욱 즐겁게 지내보자고 격려해주었다.
두번째는 "애". 사랑하는 감정의 모든 것. 23년만에 LG 트윈스가 한국 시리즈를 우승하였다. 기쁨의 눈물이 얼굴을 뒤덮이고 와이프는 다 큰 어른이 운다고 놀렸지만 그래도 좋았다. 시카고 컵스의 108년만의 월드 시리즈 우승, 게이오 고교의 107년만의 고시엔 우승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1994년 우승할 때 꼬꼬마였던 아이가 어느새 40대 아재가 되어 우승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언제 다시 우승할지는 모르겠지만 2023년의 우승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더라도 잊지 못할 거 같고, 내가 사랑하는 야구팀의 우승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세번째는 "락". 그 어느때보다 미드와 영화에 푹 빠졌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우연히 보게 된 미드 <내가 예뻐진 그 여름(The Summer I Turned Pretty)>. 하이틴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몰입해버렸다. 여자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공감을 하였고, 주요 배경이었던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영화관도 열심히 다녔다. 이미 너무 알아버려서 아무렇지 않았을거 같았는데도 <서울의 봄>을 보며 가슴이 답답하고 슬펐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은 역시나 믿고보는 사카모토 유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나폴레옹>의 웅장한 영상미에 감동하고, 마지막 연주회였던 <사카모토 류이치: 오퍼스>가 끝난 뒤에는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여운이 남겨졌다.
마지막은 "노". 갑작스러운 이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한참 슬픔으로만 가득했다. 친한 친구 2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젊었을 때, 찬란할 시기에 친구를 보내야만 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이러한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생각하니 더더욱 친구와의 이별이 비통스러웠다.
이렇게 11월과 12월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2024년이 가까워졌다. 항상 연말이 되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돌아오는 새해에는 어떠한 도전을 할까 인생계단을 만들어보는데,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끝이 없을거 같아, 꼭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그리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만을 추려보았다. 이런 것들을 하면 크던 작던 매일매일이 뿌듯해질거 같다.
1. 가족과 더 많은 추억 만들기
2. 테일러 스위프트 The Eras Tour 가기
3. JLPT N1 시험 합격
4. 오가사와라 제도로 휴가 가기
5. 후지산 등반하기
6. 건강 챙기기 - 몸무게 10kg 감량 및 체력 키우기
7. 여름 고시엔 보러가기
8. 제빵 자격증 준비하기
9. 더 많은 문화 생활하기 -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책 읽고.
10. 회사 일 잘하기 -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남들처럼 거창하고 화려한 도전은 아니지만, 나만의 작은 도전. 그러면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내안에서 이만큼 커졌겠구나(메리대구 공방전에서!)라고 내년 이맘때쯤에 웃으면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포스팅을 이렇게 남긴다. 안녕 2023년, 안녕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