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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10/17 01:21:54
Name 림림
Subject [일반] 진짜와 가짜
1.
내가 처음봤던 선배의 모습은
도저히 전문가로 보이지 않던 판단, 갓 수습으로 들어온 후배들 수준의 ms활용능력, 저녁 7시만 넘어가도 헤롱헤롱 거리던 저질체력,
시도때도 없는 요즘 mz스러운 땡깡까지 법인에서는 도저히 받아줄 수가 없는 "폐급" 그 잡채였다.


1-1.
아무 짝에 쓸모가 없어, 반강제로 나가게된 선배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치게되었다.
짙은 새벽 몰래 짐을 싸려다 4시까지 일하던 우리를 만나 얼굴을 붉히던 선배를 뒤로 하고,
잊혀질 때 즈음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건 tv프로그램, 유튜브 등 나름 핫한 매체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전문가의 인사이트로 휘감는다. 택도 안되는 소리를 자신감 있게 내뱉는다. 심사숙고해서 내릴 결론을 즉문즉설한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있다"와 같은 고리타분한 전문가들과는 다른 "사이다"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1-2.
수십억 집한채, 수억에 달하는 외제차 몇대, 남자들이 선망하는 직업의 와이프까지 그 모든 걸 길지않은 시간에 다 거머쥔다.
시대가 노래하는 영앤리치가 되어버린 그는 마침내 가오만 있던 우리의 역린을 건드린다.
"노동자"의 틀을 부수어야 "자본가"가 될 수 있다고.


2.
우리 업계만 이상한가 싶어, 먼저 친한 대형로펌에 있는 친구를 만나보았다.
먼저 물어볼 새 없이 유리 천장이 아닌 대놓고 있는 콘크리트 천장을 얘기한다.
운을 띄우니, 가뜩이나 남아있지 않은 물마저 5급수로 만드는 혼탁한 개업시장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내 속마음을 숨기고, 돈 많이 버는 조빱 포트폴리오 주니어 개업러가 "외부인"이 보기에는 훨씬 "유능한 전문직" 아니겟냐고 하니 그저 격분한다.


2-1.
금융권에 있는 친구들을 보았다. 검은머리 짐승이 따로 없다.
요쪽은 그래야만 40살 이후에도 버틸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란다.
피가 안도는 것 같아 소주만 마신다.


3.
제일 친한 친구는 대기업 직장생활 못해먹겠다며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내가 하고 있는건 어떠냐고 물어본다.
얼마냐 알고있냐며 반문했더니,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보니까 멋있어보여서 해보려고 한단다.
유튜버 누구냐고 물어보니 선배가 나온다. 현기증이 난다.


4.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언제가나 싶어 유튜버들은 어떻게 말하나 검색해봤다.
엉망진창이다. 자칭 주식(가치평가) 전문가들이 판친다.
올해 4분기에 텐베거를 친댄다. 수십만 구독자들은 열광하고, 종목을 말하면 그 다음날 상을 말아버린다.
생각해보니, 요상한 재무관리 이론 몇 페이지 공부했다고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무의미하다. 그럴싸한 듣기좋은 말만 하면 그만인데.
국장은 테마와 유동성으로 먹는건데, 재무제표니 사업성이니 무슨 의미가 있나.


5.
바야흐로 무차별하게 대중들에게 효용과 도파민을 난사하여야 떼돈을 버는 세상이다. 셀프 마케팅으로 있어빌리티 포장해야 돈이 된다.
저질 렉카 유튜버, 벗방bj, 지하세계 있는 검은 친구들 욕할 필요 없다. 나보다 더 수 많은 사람들에게 효용을 주니깐.

전문가가 되는 고통스러운 수십 년의 시간보다, 전문가 호소인 코스프레가 시간 단축이 된다.
전문가 되는 것도 또 넓게는 폼나게 돈벌고 싶은거니까.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강남에 아파트 뽑고, 포람페 타야 간지나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더 잘해주니까. 듣기 싫은건 고딩 학주로 족하니까.
우리 옴마와 친구들은 내가 호소인이든 존문가든 뭐든 돈 많이벌면 지존 전문가로 생각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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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퍼플
23/10/17 01:55
수정 아이콘
다른 건 몰라도 소위 주식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기꾼들은 언제 어디서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봅니다. 그저 자신의 경험과 판단 뿐이죠.
23/10/17 01:58
수정 아이콘
그 사람은 조직에서는 폐급이었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재능이 있었던거지요.
저는 가짜의 길도 성공할려면 엄청난 재능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No.99 AaronJudge
23/10/17 02:01
수정 아이콘
금융권…..진짜 그런가요..? 퇴직이 타 직군에 비해 참 빠르다고는 들었는데…
23/10/17 02:40
수정 아이콘
[저녁 7시만 넘어가도 헤롱헤롱 거리던 저질체력]
늙은이 혐오를 멈춰주세요 흑흑
23/10/17 04:03
수정 아이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있다"와 같은 고리타분한 전문가들과는 다른 "사이다"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역이용해서 반대로 '고리타분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이미지를 교묘하게 구축해서 팔아먹는 사기꾼들도 많죠
nm막장
23/10/17 04:18
수정 아이콘
저는 뭐.. 예나 지금이나 포장꾼 사기꾼들은 많았다고 생각하고, 진짜를 보는 눈과 판단력을 키우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충 걸러듣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척척석사
23/10/17 06:17
수정 아이콘
입 잘터는것도 능력이기 때문에..
다들 그런아저씨 한두명씩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크크

망해서 허우적거리면 되게 고소할것같은데 왜안망한담
종말메이커
23/10/17 07:58
수정 아이콘
저는 당연히도 그것또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하기에 쉬워보이고 날로 먹는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트렌드를 읽고 그 트렌드와 자기 전문분야를 연결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나름의 노력을 해보지도 않고 폄하할수는 없습니다.
4드론 날빌보다 정석 힘싸움이 더 높게 평가되는건 당연하겠지만 날빌도 실력이며 날빌로 얻은 승리또한 승리입니다.
그럼 계속 4드론만 해서 이길수 있냐 하면 아니고 결국 밑천드러나 몰락할수도 있겠지만 성공을 발판삼아 스노우볼을 굴리는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 그 성공은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 파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위 말하는 업계의 '진짜' 들인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철학대로 꾸준히 노력하여 쉽사리 범접하기 힘든 실력을 갖춘 분들이죠.

약삭빠른 전문가 호소인도, 실력있는 진짜배기 전문가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다른이의 화려한 성공은 자기가 도전해보지도 않고 폄하하고 묵묵히 한우물을 파는건 고리타분하다 여기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는 어느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보지 못하고 은퇴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저또한 평범한 사람들중 하나이고 평범한 노력과 인생을 가치있다 여깁니다. 다만 누군가의 성공을 쉽게 겉껍데기 인생이라 폄하하기 전에 배울건 배우고 나에게 맞는 성공방법을 찾는게 더 나아보입니다.
리얼포스
23/10/17 09:22
수정 아이콘
사기도 스킬이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죠. 이희진도 하늘이 내린 재능과 뼈를 깎는 노력을 겸비했을테죠.
23/10/17 10:20
수정 아이콘
본문의 선배분이 불법을 저지른건 없어보이는데요.
윗 분도 범죄도 재능이고 능력이다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리얼포스
23/10/17 10: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잘못이 아닌 건 아닙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틀렸거나 부정확한 명제를 전문가의 의견인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대중을 기망하는 행위는 그것이 설령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처벌받지 않는다 한들 '능력' '성공'이라는 단어로 금칠해줄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주식 리딩이니 코인 컨설트니 하면서 뒤통수 친 돈으로 마이바흐 모는 사람들 중 몇이나 법의 처벌을 받았나요?
안티백신운동 조장하는 유튜브의 유사과학자들은 또 어떻습니까?
23/10/17 14:55
수정 아이콘
잘 말씀 하셨네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기망한다.
우린 그걸 사기라 부르기로 했어요.

다만 그 지점인지 아닌지는 글만 봐선 알수가 없고
윗 댓 쓰신분 의도역시 거기까지 나간걸 이야기 한건 아니지 않겠냐 라는거죠.

사기죄: 사람을 기망(欺罔, 속임)하여 상대방의 착오 있는 의사를 이용,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
척척석사
23/10/17 13:21
수정 아이콘
법적인 사기랑 도덕적인 사기 가운데에서 선 잘 탈 수록 오래가는 것 같기는 해요 크크
개꼬운데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사람되고싶다
23/10/17 08:56
수정 아이콘
전 진짜 제대로된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대중에게 다가서서 쉽게 설파할 수 있는 가교가 되는 분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요새 보면 서로 간을 이어주는 게 아니라 그냥 가려운 부분만 시원하게 긁어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관심이 평균 수준을 끌어올릴 거라지만 글쎄요...
몽키매직
23/10/17 09:19
수정 아이콘
경제/부동산 관련 유튜브 자주 나오시는 분들 진짜 아무말 대잔치 입니다. 내가 잘 관심 없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 들어보면 '맞는 말인가?' 싶다가도 내가 오래 전부터 파던 쪽에 대한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헛소리만 해서 '아...'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투자의 귀재면 투자하고 사람 만나느라 바쁘지 유튜브 나올 시간이 없겠죠.
은때까치
23/10/17 09:44
수정 아이콘
그렇게 하는것도 능력이다...... 당연히 맞는 말이고 틀린거 하나 없는데, 글쓰신분이 그정도의 사유도 없이 쓰시진 않은것 같아요. 팩트보다는 선동, 검증보다는 일단 질러놓고 뒤에가선 발뺌, 이런 태도들이 현재에 와서는 돈을 더 잘 버는 가치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게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만약 사회가 그것이 필요한 가치라고 판단한다면 그 사회는 장기적으로 몰락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게 내가 몸담고 있고 내 가족과 친구가 사는 사회라는게 문제죠.
원달라
23/10/17 10:36
수정 아이콘
자격증으로 먹고 사는 입장에서 참 공감합니다.
직업윤리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는 일로 돈을 버는 것은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3/10/17 10:42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살아보면 법조계나 금융계나 다른 기술직이나 정말 잘하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같습니다.
비용을 내고 사용하지 않는이상 알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어느정도 이너서클안에 속해있죠. 대중에게 쉽게 열려있지 않습니다.

양심있다는 것도 되게 허울?된거라고 보는데. 양심이라는게 직업윤리를 말하는건지 진실된 실력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적절한 가격이라던지 사람마다 달라 애매합니다.

그리고 유튜브로 돈을 버는건 전혀 다른 열외의 기술이라고 느낍니다. 유튜브를 보고 판단하는건 대중이 조심해야하는 거구요.
유튜브로만은 큰 부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냥 돈을 지불 하는 것이 아닌 돈을 벌 수도 있는 광고판이고. 그 뒤의 생태계가 훨씬 큰 것 같아요.
안군시대
23/10/17 13:38
수정 아이콘
하... 나도 돈벌고싶다.
23/10/17 13:43
수정 아이콘
저도.. 돈 좀 벌고 싶습니다.
완전연소
23/10/17 13:49
수정 아이콘
대표적인 전문직인 변호사인데 본문에 많이 공감합니다.

일반적인 대중은 변호사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전관이라는 경력, 로펌의 규모 등을 기초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과장 광고가 대부분인 거 같습니다.

경력 부풀리기가 말도 안되게 심한데..
로스쿨 때 며칠 연수받은 것을 사법연수원 연수라고 적어서 사법시험 출신처럼 속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대학 학부는 아예 적지 않고, 전문법학석사 취득 후 전문박사과정을 좋은 대학에 등록만 한 다음에 박사과정만 학력으로 기재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요새는 대형펌에서 정말 사람을 많이 뽑고, 많이 내보는데...
어쏘일때 이름 하나 같이 들어간 판결을 가지고 자기가 사건을 주도해서 한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너무 많아서 일일히 다 세기가 어렵습니다.
나는바보다
23/10/17 15:44
수정 아이콘
회계사시군요....
23/10/17 18:30
수정 아이콘
공감 많이 가네요.
그런데 세상이 참 웃긴게 망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기꾼들은 역설적으로 이미 성공한 사람이더라고요.
이제와 망해도 더 실력있고 성실한 사람들은 평생 못 만질 돈을 번.
그래서 한번씩 회의가 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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