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임을 평가할 때 세 가지 부류로 평가합니다. 첫째는 모든 면에서 부족한 비루한 작품입니다. 다행히 요새는 다양한 매체에서 게임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이런 작품들은 시작부터 거를 수 있죠. 두 번째는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저에게는 위쳐 3같은 작품이 이런 작품이죠. 세 번째는 다른 부분은 조금 부족하거나 평균을 겨우 맞추긴 하지만, 특출난 한 가지로 먹고 사는 작품이죠. 오늘 소개할 GRIS라는 작품은 세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GRIS는 스페인 회사 Nomada Studio에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장르는 플랫포밍+퍼즐의 느낌인데, 사실 어느 쪽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플랫포밍이나 퍼즐이나 둘 다 차지하는 비중이 옅거든요. 사실 플레이를 해본 감상은 비쥬얼 노벨처럼 감상 자체가 장르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황량한 지역부터 시작하지만....]
일단 게임의 시작은 난데없이 한 소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소녀는 다양한 세계를 여행하면서 무채색이던 세계에 색을 되찾아갑니다. 어찌보면 ‘Ori and the Blind Forest’나 ‘Flower’ 같은 작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여러 지역을 진행하면서 점점 색이 다채로워진다. 단색에서 다색으로 배경이 풍성해진다는 면에서는 오리같은 작품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일단 이 게임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래픽입니다. 앞서 언급한 오리와 눈먼 숲에서도 그랬지만, 소녀가 세계에 색을 되찾아주면서 다채로운 색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점점 아름다워지는 배경은 보기만 해도 경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워요. 감상 자체가 장르가 아닌가 생각한 점은 이 점 때문입니다. 그래픽에 걸맞게 연출도 아름답고 엔딩도 좋아요.
[노래를 불러서 꽃을 피우는 능력....정도가 신기했던....]
다만 게임적 요소가 옅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부분입니다. 게임의 진행은 소녀를 움직여서 간단한 플랫포밍, 퍼즐을 해결해 가며 빛을 수집하는 것이 전부인데, 이런 게임을 좀 해봤다 싶은 분들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거든요. 일단 죽음의 개념이 없어서 긴장감도 없고, 그렇다고 참신함이 돋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하면서 5시간정도 힐링 하고 싶다면 좋기는 합니다.
[심슨 패러디로 유명한 죽음의 5단계]
스토리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게임이 심오하고 어려운 스토리인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죽음의 5단계(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에 소녀가 직면하고, 슬픔을 극복하고 나아간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저처럼 눈치 느린 사람은 이런 부분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지역들도 5단계와 맞는 색채를 모티브로 구성했지만, 이런 부분은 시각화를 좀 더 명확히 하거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땠을까 합니다. 빛을 전부 수집하고 나면 스토리에 이해를 도와주는 간단한 영상이 나오는데, 차라리 이걸 처음에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게임 자체는 평범하지만 눈 호강 하나만으로 단점을 어느정도 커버]
여러 부족한 점이 보이지만 이 게임은 인디 게임이고, 장점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한 작품입니다. 앞서 칭찬했듯 아름다운 색채와 디자인은 이 게임이 스팀 그래픽 어워드 수상작에 걸맞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웬만해서는 게임 스크린 샷을 잘 안 찍는데, 이 작품은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레 찍게되더군요.
총평
사실 다른 부분들은 좀 부족하지만, 그래픽이 압도적이라는 것 하나로 플레이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 시간은 3-5시간(엔딩까지)-7시간(도전 과제 전부 클리어)정도라 가볍게 즐기기도 부담이 없고, 개인적으로 아트 디자인들만 봐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추천 : 가벼운 힐링 겜을 하고 싶다는 분, 그래픽에 가산 점을 높게 주는 분.
비추천 : 그 외.
한글화가 되어있기는 한데, 이 게임은 옵션 메뉴 외에는 글자가 일절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