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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16 04:19:48
Name 가라한
Subject [일반] 믿어지지 않는 상식 세력의 대승에 대한 단상. (수정됨)
정말 예상 밖의 여당 대승을 보며 쓰는 뻘글입니다.

제목을 뭐라고 써야 하나 부터 사실 고민이었는데요......
사실 현 여권이 진보라고 봐야 하는지도 사실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대단히 애매한지라....

사실 여기 pgr에서도 사실 엄밀히 따지면 시장 경제나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여권 지지하시는 분들도 꽤 계실거라...

그래서 사실 야권 지지자 분들께는 매우 죄송하지만 상식 세력이란 말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여권이 무조건 맞다는게 아니라 적어도 제 상식으로 봤을 때 정치, 경제적 각론을 떠나 현 여권이 그나마 상식을 지향하려고 노력이나마 하는 세력이고 야권은 아니라서요.

이런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제가 사실 연식이 좀 있는 편이어서..... 초등 5학년 때 부터 조선 일보 읽으며 크다가 대학 때 IMF 터지면서 도서관에서 한달여 전국 신문을 다 비교해 가며, 외국 신문 잡지 같이 보며, 크로스 체크하면서 확인하게 된 조선일보의 실상에, 그리고 나를 비롯한 세상의 절대 다수가 저 신문이 떠드는 거짓말 (왜곡이나 과장이 아니라)을 너무나도 쉽게 믿어왔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회창이나 한나라당은 너무나도 무능한데다 도덕성도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에...... 반대로 김대중은 빨갱이는 커녕 대한민국 자본주의 경제를 정상화 (우파 기준으로, 특히 월가 시각에서 봤을 때) 시킬 사람으로 외국에서 본다는 사실에, 큰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고 그게 정말 오랜 세월 왔네요.

그리고 IMF 때 대선 때는 이회창 되면 나라 망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차떼기 같은 거 터지기 전에도 온갖 신문을 봤으니 그 인간의 실체를 알수 있었죠. 그런데 한자리수 지지율로 떨어진 이회창을 조선일보가 살려 내더군요. 전율과 공포가 느껴지데요.

지금이야 pgr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도 저쪽 동네가 상식 이하의 집단임을 상당 수 인지하지만 이명박 정부 초기만 해도 pgr 같은데서도 그렇게 얘기하면 음모론자로 몰렸어요. 근데 그걸 20년 전부터 너무나도 잘 알았죠.

김대중 대통령이 수십년간 온갖 박해를 받아가며 정말 털끝만 한 격차로 겨우 겨우 당선 되고도 힘겹게 IMF 겨우 겨우 어느 정도 정리 시켜 놓고 나니, IMF를 불러온 야당과 조중동에게 경제 망쳤다고 개같이 물어 뜯기는 걸 보며 좌절도 했고 분노도 했고,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조선일보 회장 생신에 인사하러 다니는 걸 보니 어찌나 속이 뒤틀리던지....

빨갱이 중의 빨갱이라고 수십년간 색칠을 당한 덕에 보수 중의 보수인 김종필과 박태준과 연합하고도 겨우겨우 대통령 되었는데..... IMF 극복 이후엔 과반을 훨씬 넘는 한나라당에 하릴 없이 휘둘리는 사실상의 허수아비 대통령이 되는 걸 보며, 상식 세력(이때까진 내가 진정한 우파라 김대중 지지한다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좀 더 좌측이죠)이 제발 상식 세력이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는 날이 오기를 그렇게 바랬었죠.


IMF를 불러온 세력이 그걸 극복한 대통령한데 "야 경제 힘든건 다 김대중 빨갱이 때문이야" 라는 떡칠을 해대고 그걸 수긍하는 사회 분위기에 다음 대선은 무조건 이회창이 기정 사실화 되는 무렵, 이민 가야겠다고 좌절 하고 있을 때..... 홀연히 등장한 노무현,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도 설설 기던 조선일보에 일개 국회의원이 맞장 뜨는 그 모습은 정말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고 카타르시스였습니다.

그렇게 우여 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고, 초반에는 의회 권력이 없는 통에 김대중 대통령 처럼 이리 저리 휘둘리다가, 탄핵 역풍으로 딱 151석 과반이 되었을 때 그 감격을 사실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국민이 드디어 상식 세력에게 진정으로 일 할 수 있는 권력과 힘을 준거죠.


이제는 정말 나라가 바뀌고 주류가 저런 악마 같은 놈들이 아니라 상식이 있는 사람들로 바뀌겠구나 했었죠.
그런데 그 이후의 전개는 많은 분들이 아실겁니다. 정말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결론이 났죠.


사실 여기서 부터는 제 생각이 여기 계신 많은 여권 지지자 분들이랑 다를 겁니다. 뭐 노무현은 기득권과 당내 저항에 부딪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희생자라는 게 대부분의 오래된 현 여권 지지자들 생각인데, 제 생각은 달라요.

처음 노무현 열풍이 불기 시작 한건 가장의 무게로 힘든 당시 40대 들로 부터 부터였죠. 그건 뭔가 확실히 바꿔 보란 뜻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40대들은 노무현 정권을 경험하고 10년 후 진보 정권의 탄생을 끝까지 막으며, 박근혜 정권의 탄생의 주역이 되는 50대가 됩니다.) 당시 주류들에게 고졸 촌뜨기라고 천대 받던 노무현 대통령 자리를 안겨 주고 거기에 사상 최초로 아주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민주 세력에게 단독 과반이라는 힘을 주었는데........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그 힘을 주기 위해서 나 같은 열성 지지자들이 얼마나 바랬고, 미친놈 소리 들어가며 주변 설득하고 별 생쇼를 다 했는데.....

불행하게도 노무현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제대로 휘둘러 보라고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 준 권력이고 힘이었는데......

노무현은 항상 힘이 생기면 이런 스탠스를 취합니다. 나 생각 보다 과격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나 독재자 아니에요. 권력은 나쁜거, 난 최대한 권력 안 쓸거에요.

천신 만고 끝에 민주당 대선 후보 되고는 김영삼 찾아가고...
검찰에 전화 한 통 안 했어요. 나 잘했죠? 자제심 강하죠? 검찰도 상식은 있겠지. 어떻게 잘 되겠지. 뭐....
여당이랑 트러블 생기든 뭐하든 난 손안대요. 여당에도 전화 안 해요. 일단 그 쪽에 맡기고 맘에 안들면 말로 논쟁하지 뭐......
국민들이 당장 뭘 바라든 절차에 어긋나면 법안 통과에도 관심없어요. 그건 당에서 알아서 할 일.

나는 권력에 욕심 없는 깨끗한 대통령....

아 그래 이제는 레임덕도 심해졌고, 어차피 언론이랑 야당에서 하도 물어 뜯어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알죠? 나 권력에 욕심없는 사람인거? 권력 야당에도 줄께요. 연정 합시다...
어차피 다음 정권은 바뀔게 뻔한 타이밍에 연정 제안.....

아 정말 이 때는 속으로 욕이 어찌나 나오던지..... "야 이 개 XX야, 그 권력이나 힘을 저 몰상식한 놈들 주라고 당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그 개고생을 한거냐?"

열린 우리당도 마찬가지여서, 우리가 야당때 그렇게 날치기 욕했는데 법안 단독 처리 이런건 있을 수 없어.....
야당 협의 합시다. 이러면서, 국회 회기 내내 단 하나의 개혁 입법도 처리 못하고.....

사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복지가 살짝 가미된 신자유주의로 이명박 정부나 방향은 같았죠. 물론 IMF로 어쩔수 없는 면이 있었다쳐도 이로 인해 국민들의 체감적인 살림 살이는 크게 팍팍해 지고 있는데 이런건 전혀 모르는 이름만 개혁 정부. 특히나 비정규직이 거의 50%에 육박하도록 방치한게 크죠.

이래서 국민들은 권력 주고, 제일 바라는게 일단 경제에 힘 쓰는 거였을 텐데( 여기에 덧붙여 경제 정의 관련 정책, 사실 노무현이 되면 노무현을 찬성하던 반대하던 이런쪽으로 바람이 확 불거라 예상했죠. 그러나 현실은 이런쪽에 전혀 관심 없고 삼성과 짝자궁), 청와대나 여당이나 제일 처음 들고 나온 법안 논란 일게 뻔한 국가보안법 폐지.
미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 자체야 악법이지만 빨갱이 몰이 당하기 딱 좋은 법안을.... 다들 아시겠지만 국보법 아직도 폐지 안 됐습니다. 그런 법안을 1호 개혁 법안이라고....
그걸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권력을 준 국민들이 일단 기뻐할만한 것들(특히 경제 쪽) 좀 해놓고 나중에 하면 모를까.
이건 초딩도 아니고....


그러더니 막상 국민 여론 지지가 절대적으로 높은 사학법은 날치기라도 해서 통과 시켰으면 차라리 박수를 받았을 것을..... 아무것도 못하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하고.... 국회 회기 내내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단 하나의 개혁 법안 통과 못 시키고 끝납니다.

그 결과 노무현 정권과 그 후예들은 상당 기간 이렇게 낙인 찍힙니다..... "무능한 정권"
합당한 평가죠.

경제 정책은 신자유주의 펴면서 조중동한테 빨갱이라 경제 망했다고 욕 먹는 통에 장래의 개혁 세력의 입지는 무능으로 완전 낙인 찍혀 놓고 "야 경제 성장률이 6%인데, 우리 조중동이랑 야당한테 억울한게 물어 뜯긴다" 이러고 있으니.......

그렇게 노무현 정권은 처절히 망합니다.
망하는게 당연한 거죠. 국민의 뜻이 뭔지도 몰랐고, 국민이 죽을 똥 싸면서 만들어 준 권력을 헌신짝 처럼 대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나서 재네들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어요. 이러는데.

그 이후 이명박 정권이 압도적 지지로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죠. 아니 노무현 정권의 후신들에게 국민들이 처절한 응징을 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죠.
그렇게 어렵게 준 권력을 우습게 알고 나 권력 안 쓴다고 자랑하는 정신 나간 정권에는 당연한 거였어요.

그 때 이후로 세상 누구보다 한나라당 계열을 끔찍히 싫어하면서도 어찌 보면 그 이상 노무현을 싫어하는 특이한 계열이었죠.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로 전세계가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깨닫게 되는 시절에  "야 이제 빨갱이 한테서 정권 찾아 왔다. 우리가 갈 길은 신자유주의 + 이명박의 나라 사유화. 자 비정규직도 더 만들고, 알짜 국영 기업 민영화 합시다", 이렇게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면서 속 터지고....

엄청 짜증나고 희망도 없지만 그래도 선거때마다 꼬박 꼬박 야당을 찍어주던 세월이 10 몇 년이 되었네요.


그러면서도 늘상 바랬었어요. 언젠가는 상식 세력이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같이 차지하기를.....

탄핵 터지고 선거가 총선이 아니라 지선이어서 얼마나 아쉽던지.....

지방 권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나라를 정말 바꾸려면 의회 입법권이 필요한데.....  

언젠간 되겠지 하면서도 잠재 의식 상으로 막상 되리라 생각은 못 했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선거 결과 보니 사실 믿어지지가 않네요.
개인적으로 정말 실감이 안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실 코로나 초기에는 하늘이 또 우리 나라를 안 도와 주나 했는데, 정부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죠.

사실 연합 과반만 되도 감지 덕지라 했는데 범 여권 패스트 트랙이 가능한 180석 이상이라............. 유튜브 쪽에서는 단독 180석 얘기도 나오던데.....

열린 우리당이 151석 얻던 그 순간이 생각이 나요.


사실은 이제 부터가 진짜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즌2가 될것인지 대한민국의 주류가 교체되고 새역사가 열릴지는........

국민이 왜 이렇게 큰 힘을 주었는지 잘 성찰하고 잘 사용하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아예 안 쓰면 다음 선거에게 국민에게 피의 보복을 당하고 몰상식한 세력은 또 부활하겠죠.

이번에는 제발 다르게 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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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국수
20/04/16 04:55
수정 아이콘
어지간하면 현 통합당 계열의 부활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3,40대 유권자 중 통합당 계열엔 절대 표를 안 줄 콘크리트 층 비율이 상당하고 향후 인구구조 변화 상 이 세대가 앞으로 2~30년은 투표 결과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죠.
베이비 부머의 퇴장과 함께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을 탔다고 봅니다.
20/04/16 08:13
수정 아이콘
다이나믹 코리아네요.
경제발전 다음은 정치 발전입니다.
드아아
20/04/16 08:52
수정 아이콘
열우당 시즌 2면 진짜 복장 터질 노릇이죠. 참말로..
20/04/17 19:46
수정 아이콘
뒤늦게 봤는데 정말 공감이 많이 되네요. 과거미화가 되어서 그렇지 당시에 참여정부 지켜보면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신사적이고 평화주의적인건 좋지만 마치 약육강식 정글에서 상대는 괴물인데 대화로 이겨보려고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추억하는 겁니다만, 추억은 추억이고 10년동안 엄청 고생한걸 생각하면... 그런 방식이 어떤 말로를 가져왔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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